- 10.10~12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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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초연된 <인어공주>는 2025년,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음악과 안무를 입고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25년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인어공주>(국립중앙극장 공동주최)는 원작자 김선희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한국 창작발레 역사에서 보기 드문 장기 레퍼토리로, 20년 넘게 무대 위에서 재해석과 성장을 거듭해 왔다.
초연 당시 “고전 동화에 철학적 해석을 입힌 무대”라는 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수차례 재공연을 통해 작품의 정서와 구조가 더욱 정교해졌다. 특히 이번 공연은 새로운 음악과 안무, 의상, 무대디자인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어,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한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초연 음악, 작곡가가 직접 지휘
2025년 무대의 핵심은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안톤 룹첸코(Anton Lubchenko)가 새롭게 작곡한 오리지널 음악이다. 이번 공연은 이 음악의 세계 초연 무대이며, 룹첸코는 직접 지휘를 맡아 자신의 음악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룹첸코의 음악은 물의 유동성과 침묵, 인어의 고독과 인간 세계에 대한 갈망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안톤 룹첸코는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거장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에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제자인 알렉산드르 므나차카냔에게 사사하며 작곡을 전공했다. 오페라 <닥터 지바고>는 2015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극장에서 세계 초연되어 큰 호평을 받았으며, 교향곡 제9번 <린츠 교향곡>은 2018년 오스트리아 브루크너하우스 린츠에서 초연되었다. 또한 캐나다 국립발레단, 베이징 심포니 오케스트라,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동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다재다능하고 역동적인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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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극장 의상 디자이너의 새로운 의상, 제작은 ‘에뚜왈’의 송보화 대표
마린스키 극장 의상 디자이너인 타티아나 노기노바(Tatiana Noginova)가 새로운 버전의 <인어공주>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였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쌓아올린 의상의 정수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려, 이 공연만이 가진 아름다움과 감수성을 의상으로 해석할 예정이다.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의상 제작실 ‘에뚜왈’의 송보화 대표가 직접 나서 디자인을 현실로 구현해낸다.
타티아나 노기노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연극·음악·영화 예술대학교에서 무대기술 및 의상기술을 전공하였고, 마린스키극장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2002, 라 스칼라 극장), <전쟁과 평화>(2000,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동제작), <마제파>(2006, 메트로폴리탄 공동제작)와 발레 <바야데르카>(2002, 마린스키 복원판), <로미오와 줄리엣>(2024, 볼쇼이 극장), 뮤지컬 <인어공주>(2007, 브로드웨이) 등 다수의 국제 무대에서 의상을 선보이며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세르게이 비하레프, 유리 부를라카, 바실리 메드베데프와 같은 저명한 안무가들과 협업하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환상적 세계를 구현할 무대디자이너 신재희의 합류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무대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무대디자이너 신재희가 합류해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마국립미술원 무대미술과를 마친 신재희 디자이너는 2006년 소극장 뮤지컬 <빙고>로 데뷔한 이후, <나비부인>, <토스카>, <라보엠>, <아이다> 등 다수의 오페라와 창작오페라, 뮤지컬, 음악극, 무용극, 콘서트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이며 독창적인 공간 연출로 호평을 받아왔다. 2021년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예술상 수상 경험을 가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 심해 속 신비롭고 몽환적인 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몰입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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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적 진화 – 재안무 유회웅, 협력 안무 김현웅의 새로운 해석
재안무는 유회웅, 협력 안무는 김현웅이 맡는다. 기존의 서사와 연출적 정서를 유지하면서, 보다 현대적인 신체 언어와 무대 구성을 통해 인어공주의 내면을 새롭게 구성했다. 유회웅은 작품의 움직임과 정서를 재조율하고, 김현웅은 장면 전환과 공간의 밀도를 강화함으로써 무용 언어의 깊이를 확장한다. 유회웅과 김현웅은 <인어공주>의 초연부터 현재까지 작품에 깊이 관여해 왔으며, 작품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김선희의 원작 안무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중심이 되어 새로운 해석을 더한 재안무를 진행하고 있다.
안무가 유회웅은 클래식 발레의 정통성과 현대 발레의 창의적 움직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안무가로, 섬세한 테크닉과 감각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전통 발레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표현을 결합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서울시발레단 협력 안무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레퍼토리 작업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 왔고, Mnet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많은 사람들에게 발레의 아름다움을 전해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실기과 발레 교수로 재직중인 협력 안무가 김현웅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미국 워싱턴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며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등 주요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2002년 프라하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수상하고, 2003년 룩셈부르크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시니어 듀오 부문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2006년 한국발레협회 신인상, 2007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으며, 2011년 시칠리아 국제발레콩쿠르에서 베스트 파드되상도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
연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연주자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실내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아 클라시카 크누아(Academia Classica KNUA / 예술감독: 정치용)가 맡는다. 젊은 연주자들의 세련된 해석과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카데미아 클라시카 크누아는 음악원의 초대 지휘과 교수이자 30여 년간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국내 최고의 대학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마에스트로 정치용을 명예 예술감독으로 두고 있다. 그의 리더십 아래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새로운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며 한국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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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한국 창작발레의 성과
<인어공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아 왔다. 2001년 초연 이후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되었으며, 불가리아, 싱가포르, 뉴욕, 이탈리아 등 해외 유수 극장에서 초청을 받고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동양적 정서와 보편적 감수성을 결합한 이 작품은 “언어 없이도 감정이 흐르는 무대”, “시적인 몸짓으로 구현된 현대 창작 발레”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창작예술의 가능성을 세계에 증명했다.
한국 발레계는 고전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서사 중심의 창작발레는 상대적으로 귀하다. 그중에서도 <인어공주>는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무대화된 소수의 한국 창작발레 중 하나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동화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되, 시대적 해석과 상징을 입혀 매 공연마다 새롭게 갱신되어 왔다. 한국 창작발레가 지속 가능한 예술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