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은 지 꽤 오래됐다. 처음엔 그저 편한 쪽으로 습관처럼 씹었고 그것은 버릇이 되어 반대편은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치과 치료는 늘 ‘다음’이었다. 또한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밀린 선택이 나에게 화로 돌아왔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이 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한순간에 몰려왔고 그것은 불길한 신호였다. 진통제로도 진정되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아갔다. 이때는 이미 한참 늦은 상태였다.
“이 상태로는 오래 못 갑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틀니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의사의 말은 짧았지만 강하게 가슴을 쳤다. X-ray를 찍고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 내 입속은 참담했다.
군데군데 어둡게 변한 치아들과 공간, 그리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치료의 시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의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나는 수술실을 둘러보았다. 냉랭한 기계들과 반짝이는 금속, 다른 방에서 들리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낯설고 무서웠다.이곳은 병을 고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환자에게는 두려움과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걸 실감했다. 20여 분이 지나 들어온 의사는 내 치아를 살피기 시작했다. 톡톡 두드리고 입을 크게 벌리게 하고 다물게 하고 위아래 양옆으로 움직이게 했다.
“임플란트는 좋은 걸로 하면 10년, 아니 관리를 잘하시면 평생 쓸 수 있어요.”
진지한 설명 끝에 건네받은 견적서에 적힌 금액은 약 1,500만 원, 숨이 턱 막혔다. ‘이게 내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몇 군데를 더 다녀봤지만, 비용은 거기서 거기였다. 결국 처음 상담한 병원으로 다시 돌아와 조금 낮아진 가격에 치료받기로 했다. 사실 치료라기보다 복구에 가까운 과정이었다.
“수술은 두 시간 정도 걸려요. 화장실 다녀오세요.”
간호사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잇몸을 절개하고, 뼈를 이식하는 복잡한 과정. 마취 주사는 따끔할 거라는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러 개의 바늘이 잇몸을 찔렀다. 따끔했다. 아니, 솔직히 무서웠다. 몸보다 마음이 더 움츠러들었다. 입을 오래 벌리고 있으면 입이 찢어질 수 있다며 마우스피스를 물리고 입속에는 호스가 삽입됐다. 쉭쉭 물이 뿜어지고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 드릴과 톱질 소리가 동굴 속 메아리처럼 입안을 울렸다.
드릴이 돌아가는 진동은 머릿속을 울렸고 드라이버의 손끝엔 힘이 실렸다. 마취 덕분에 고통은 없었지만, 소리만으로도 공포가 끊이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끝없이 퍼지는 두려움.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꽉 찼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했을까. 제때 치료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걸’. “가위.” 짧은 말에 이어 실이 툭툭 잘리는 소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생하셨어요.”
손에 든 물컵으로 입을 헹구고 나서야 수술이 끝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몸은 천근처럼 무거웠다. “지금은 마취돼서 괜찮지만, 곧 통증이 심할 수 있어요. 약은 꼭 드셔야 해요.” 마취와 피로가 겹쳐 세상이 격자무늬처럼 일렁였지만, 간호사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약국에 들른 뒤, 병원에서 챙겨준 전복죽을 억지로 몇 숟가락 삼켰고 진통제를 털어 넣었다.
‘8개월 후면 양쪽으로 제대로 씹을 수 있겠지.’ 그 희망 하나로 위로를 삼았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그때부터였다. 마취가 서서히 풀리자 이가 쑤시고 온몸이 화닥 거리는 아픔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피가 고인 솜을 물고 억지로 침을 삼키며 밤을 버텼다.
다음 날, 거울 속 내 얼굴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턱 밑이 시퍼렇게 멍들었고, 볼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몸속에 낯선 이물질이 들어왔는데 그 자리를 그냥 내줄 리 없지. ‘주객이 전도된 자리.’ 이물질이 자리를 잡으려면 주변의 격렬한 반발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이 지나자 부기도 통증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수술이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같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다음 일정을 잡는 것만으로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때 문득 떠오른 말. ‘이는 오복 중 하나다.’라는, 나는 그 소중한 복을 스스로 소홀히 한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약했던 걸까. 나름대로 양치도 열심히 했고 관리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이렇게 돌아왔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제라도 치아를, 내 몸을, 내 삶을 더 아껴야겠다고 다짐했다. 치아는 단순하게 씹는 기능의 편리함만이 아니다. 제대로 씹는다는 것은 곧 삶을 건강하게 단단히 붙들고 있다는 증거다. 씹는 힘이 약해지면 뇌로 가는 자극이 줄고, 결국 치매 위험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TV 광고에서 봤던 문구가 경종처럼 다시 느껴졌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온 가족이 간병이라는 더 큰 병을 앓는다. 가장 무서운 건 내가 나를 잃는 일,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건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첫걸음은 잘 씹는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을 서른 번 이상 꼭꼭 씹으면 뇌가 자극받고, 치아와 위장도 건강해진다고 한다. 치과 치료가 모두 끝나고 나면, 나는 꼭 양쪽 치아를 골고루 써가며 서른 번 이상 씹어 먹을 것이다. 하루 세 번의 식사, 그 시간을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거울 앞에 서서, 아직 부어 있는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본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이 깨달음이 오래오래 나를 지켜주기를. ‘이는 오복 중 하나.’ 나는 이제 그 말의 무게를 절실하게 실감한다.
차성애
2007년 월간모던포엠 신인상 수상 시 등단
한국수필 2020년 신인상 수상 수필등단
20010년 깊어지는 것들 시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