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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리운 눈사람_남길순

기사승인 2025.12.23  1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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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눈사람

눈이 푹푹 내리면
버스가 끊어진 마을로 간다

여전히 나는 기다리는 것이 있고

바라는 형상으로부터 겨울이
함박눈이
어떤 이야기가
소리 없이 오고 있다

마중을 가보자
알 듯 말 듯한 시간 속을
걷고 있는데
바람이 훅,
불을 꺼버리고

어둠은 어린 손을 꼭 쥐고 걷는다

눈 밟히는 소리
더 크게 들려오고
발자국 소리는 점점 늘어나
눈귀신이
다 따라붙고

무서워 앞만 보며
산 하나를 넘어간다
입이며 코며 눈썹을 덮는 눈

돌아올 수도 멈춰 울 수도 없는 곳까지 와 버렸을 때

희미한 길 반대편에서
헛기침소리 들린다

떠도는 눈보라가 보이고
쌓아 올리다 무너진 눈 덮인 탑이 보이고

지우다 쓰다 지우며 써 내려간 희미한 글씨들이 보이고

밤새 담배를 빨던 흰 손이
어둠 뒤쪽으로 빨간 불을 휙 던지는 게 보인다

마중 나간 사람과
마중 온 사람이
소곤거리는 건지
어깨에 기대고 흐느끼는 건지
서로를 안고 있을 때

나는 그들이 눈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원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눈송이 하나에
눈송이 하나의 영혼

비틀비틀 다른 시간을 반짝이며
태어나기를 멈추지 않는다

걸음이 푹푹 빠지는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한,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둘,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셋,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사선으로 되감기는 눈보라 속에
휘둥그레 바라보는
눈사람이 서있다

 

   

남길순
2012년 ‘시로 여는 세상’ 등단
시집 ‘분홍의 시작’, ‘시골시인Q’
디카시집 ‘호텔 순천만’ 출간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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