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눈사람
눈이 푹푹 내리면
버스가 끊어진 마을로 간다
여전히 나는 기다리는 것이 있고
바라는 형상으로부터 겨울이
함박눈이
어떤 이야기가
소리 없이 오고 있다
마중을 가보자
알 듯 말 듯한 시간 속을
걷고 있는데
바람이 훅,
불을 꺼버리고
어둠은 어린 손을 꼭 쥐고 걷는다
눈 밟히는 소리
더 크게 들려오고
발자국 소리는 점점 늘어나
눈귀신이
다 따라붙고
무서워 앞만 보며
산 하나를 넘어간다
입이며 코며 눈썹을 덮는 눈
돌아올 수도 멈춰 울 수도 없는 곳까지 와 버렸을 때
희미한 길 반대편에서
헛기침소리 들린다
떠도는 눈보라가 보이고
쌓아 올리다 무너진 눈 덮인 탑이 보이고
밤새 담배를 빨던 흰 손이
어둠 뒤쪽으로 빨간 불을 휙 던지는 게 보인다
마중 나간 사람과
마중 온 사람이
소곤거리는 건지
어깨에 기대고 흐느끼는 건지
서로를 안고 있을 때
나는 그들이 눈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원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눈송이 하나에
눈송이 하나의 영혼
비틀비틀 다른 시간을 반짝이며
태어나기를 멈추지 않는다
걸음이 푹푹 빠지는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한,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둘,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셋,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사선으로 되감기는 눈보라 속에
휘둥그레 바라보는
눈사람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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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순
2012년 ‘시로 여는 세상’ 등단
시집 ‘분홍의 시작’, ‘시골시인Q’
디카시집 ‘호텔 순천만’ 출간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