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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시대를 건너온 선율, BTS>

기사승인 2026.05.26  0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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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온 선율, BTS

이춘희

  2026년 3월 21일. 봄기운이 완연한 광화문 광장은 거대한 함성의 바다였다. BTS의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이 열렸다. 군 복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일곱 명의 청년, BTS가 완전체로 돌아온 날이다. 십여 년 전 앳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들이 이제는 세계의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거인이 되어 돌아왔다. 이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안방극장과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그들이, 이제는 세계를 움직이는 존재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유튜브로 그 공연을 지켜보았다. `아리랑’을 어떻게 부를지 궁금했다. 원곡의 아리랑은 가슴 깊은 곳에 스며드는 슬픔을 품고 있다. 그러나 광장에 울려 퍼진 아리랑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숨결을 지니고 있었다. 과거의 정서 위에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감각이 덧입혀지며 슬픔보다는 경쾌함과 에너지에 가까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무대는 눈부셨고 그들의 목소리는 탄력이 있었다. 관중의 환호는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 안에는 뜨겁게 타오르는 무엇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열기에서 조금 비껴 서 있는 기분이었다.

  7080의 시간 속에서 음악을 배운 우리에게 노래는 함께 부르는 것이었다. 흥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리듬은 심장과 비슷한 속도로 뛰었다. 가사는 삶의 결을 닮아 있어 굳이 해석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그날의 아리랑은 달랐다. 리듬은 낯설게 흐르고 감정은 한 번에 잡히지 않았다. 어디에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잠시 길을 잃은 듯 머뭇거리게 했다. 화려한 무대와 달리 마음 한편은 어수선했다. 익숙함과 낯섦이 부딪히는 그 지점에서 보이지 않던 ‘세대의 선’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이후 불어온 트롯 열풍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집 안에서 TV를 통해 접한 음악은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정서를 다시 불러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왔고, 그 시간만큼이나 다른 리듬과 감정을 품고 있다.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노래에서 위로를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배운다. 그 사이에는 우열이 없고, 단지 흐르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같은 ‘아리랑’을 들으면서도 각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이다.

  그날의 광화문은 뜨거웠다. 무대는 빛났고 함성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BTS는 이미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깊이 새겨 넣었다. K-POP을 하나의 유행을 넘어 주류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이들, 그들은 무대를 넘어 ‘걸어 다니는 외교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팬덤 아미(ARMY)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일곱 청년의 목소리는 이제 세계 곳곳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국어로 불리는 노래는 더 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상처 입은 청춘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언어가 되었다.

  결국 그날의 아리랑은 하나의 질문처럼 남는다. 우리는 같은 노래를 들으며 어디에 서 있는가. 세대는 다르고 감정의 결도 다르지만 그 다름 위에서 하나의 노래가 이어진다. 슬픔으로 시작된 아리랑이 시대를 건너와 환호 속에서 다시 불리는 순간 생각이 스친다. 아리랑은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따라 새로운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에 지금 BTS가 서 있다.

 

약력

仙香 이춘희 . 시인. 수필가

- 북한강문학제 풀잎문학상 대상수상

- 서초문학상 수상

- 저서 : 시 제1집 < 돛단배의 저편>

            제2집 <바람 속에 묻은 시간들>

            공저  <숲속의 울림>

            수필 제1집 <시간의 마디를 걷다>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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