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운 한여름. 12시에 약속장소로 갔다. 며칠 전부터 철석같이 약속했던 양 씨 부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전화도 카톡도 계속 받지 않는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도 도저히 알아볼 길이 없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다 지나도 양 씨 부인은 감감무소식이다. 달을 넘기고도 지금까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시대는 휴대전화가 모든 통로다. 통로가 막히면 암흑세계가 된다.
모임, 알림 등 모든 소식은 휴대전화로 통한다. 장례식장 안내, 청첩장, 초대장도 휴대폰 카톡으로 단체방에 알리면 너무나 빠르고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대신 휴대전화를 받지 않으면 대화 단절, 소식단절, 심지어 당사자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어진다. 그러니 혹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곧 바보가 되고 만다.
나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친구 오빠가 있었다. 사는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휴대폰 하나로 언제나 이웃 소식보다도 더 빨리 공유하고 살았다. 오빠는 2남 2녀를 낳아 훌륭하게 잘 키워 모두 결혼시키고 노부부만 아파트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에 오빠가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음을 알았다. 마누라님께서 가족력이 있는 알츠하이머로 요양병원에 가 있다고 한다.
“오빠, 밥은 잡수셨어요?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하면 응, 나 지금 노인정에 와서 바둑 둔다, 아니면 집에서 TV 보는데 오래전 영화, 연속극을 보고 있다. 그러면 나는 그래요. 우리 오빠는 90이 가까워도 눈도 좋아 내가 보내준 책도 읽고 청력도 좋아 대화도 잘 통하고 좋아요, 하며 수시로 좋은 노래, 좋은 글을 보내드리면 좋아하셨다.
어느 날은 오빠가 이제 나도 늙어서 걷기도 힘들고 눈도 이도 나빠져 나날이 힘들다고 한다. 젊어서 교직에 계실 때는 운동도 잘하고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하시던 분이었는데 변해버린 할아버지의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이 든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등급 받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했더니 그러잖아도 통장이 서둘러줬는데 떨어졌다고 한다. 오빠는 아직 건강한 모양이네요 했더니, 아니야, 내 명의로 아직 차기 있고 아직 운전한다고 등급을 못 받았단다, 하신다.
얼마 후 전화를 했다. 명랑한 목소리로 받는다. 오빠 쓸쓸히 혼자 계시겠네요 했더니 아니 여자랑 둘이 있어, 하신다. 엉, 누구, 농담이겠지 생각했다. 바꿔줄까? 하며 누구를 바꿔준다. 저쪽에서 분명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신지요? 하니 요양보호사라고 한다. 그러십니까? 좋은 일 하십니다. 좋은 말벗이 되어 주십시오. 부탁했다. 요양보호사는 말한다. 참 젊잖고 존경스러운 어르신이라고 동생분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한다. 자기 있을 때 꼭 한번 오빠한테 놀러 오시라고 한번 뵙고 싶다고까지 한다. 참 친절한 말투다.
꼭 한번 가보고도 싶었지만 나 역시 이젠 나이 들어 먹는 약도 많고 또 거리가 너무 멀고 그쪽 지역으로는 연고가 없어져 그저 마음뿐, 여건이 안되었다.
오빠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좀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부지런하여 주위 정리정돈도 잘하고 식성도 까다롭지 않고 말수가 적어 잔소리도 하지 않는 성격이다. 혹 바둑을 둘 줄 아는 여성이라면 같이 두며 하루 3시간은 퍼뜩 지나갈 것이다. 오빠 집과 내가 가까운 거리라면 나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니 딱 좋을 텐데 못내 아쉽기만 했다.
오늘도 요양보호사가 곁에 있어 심심하지는 않겠지 하며 나는 가끔 문자로 안부를 물었다. 그럴 때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즉각 댓글이 달린다.
한 달이 지나서다.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이상하다 하고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역시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어느 날 오빠 막냇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웬일이야? 했더니 누나, 매형이 벌써 80이세요? 한다. 응 그래 어떻게 알았지? 하니 휴대폰에 떠서 알게 됐단다. 나는 형님은 잘 계셔? 연락이 안 되네, 했다. 갑자기 돌아가셨다 한다. 이럴 수가.
오빠를 잘 아는 내 친구한테 오빠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친구가 말한다. 그 오빠도 가실 나이가 되셨어, 친구야 우리도 몇 정거장 남지 않았어,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80에 100명이 생존해있다면 80에서 85세에 50명은 간다는 요즘 통계라 한다.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날이 오면 모두 간다.
오빠는 이 세상 모든 인연을 소리 없이 정리하고 떠났다. 나는 조용히 혼자서 텔레파시를 보낸다. 오빠, 좋은 곳으로 잘 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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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림 (金容林)
* 2001년『문예운동』으로 소설 등단
* 서울강남 문학상 수상
▒ 개인 저서☞ 소설집:『너의 그림자』『극락강 무지개』
수필집:『내 마음의 비상홀』『너와 내가 부른 노래』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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