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검표에 '투표용지 확인' 항목조차 없어·26개 투표소 중 기록 남긴 곳은 단 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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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26개 투표소가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수민 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구을)이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투표 중단 발생 투표소 관할 읍·면·동위원회 점검표 및 미제출 사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현장 점검표에는 투표용지 수량을 확인하는 기본 항목조차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용지 확인 없는 16개 항목… "핵심 빠진 점검"
박 의원에 따르면 읍·면·동 선관위 간사와 서기가 작성하는 '투표관리상황 지도·점검표'에는 선거인명부 대조, 투표관리관 사인 등록, 기표소 이상 유무 등 총 16개 점검 항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투표용지 보유 수량과 소진 여부, 부족 발생 시 상급 선관위에 즉시 보고하는 비상 연락체계 확인 항목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점검 항목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6개 투표소 중 '투표용지 부족' 기록은 단 1곳
실제 점검 결과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확보된 대부분의 점검표에는 점검 결과란에 '이상 없음', '적정' 등의 문구만 기재돼 있었으며, 전국 26개 투표 중단 투표소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점검표에 명시한 곳은 강남구 개포2동 제2투표구 단 한 곳뿐이었다.
해당 점검표에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20분간 투표 중지"라고 기록됐으며, 조치사항에는 "오후 5시30분경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아파트 방송으로 안내하고 정상적으로 마감했다"고 적혀 있었다.
점검표 미제출도 속출… "파쇄했다"는 답변까지
점검표 자체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투표가 중단된 26개 투표소 가운데 12개 투표소는 점검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9곳이 송파구 관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는 투표 중단이 발생한 14개 투표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점검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구는 미제출 사유서에서 "작성하여 소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파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송파구 잠실2동과 잠실4동은 "구 선관위가 해당 점검표를 의무 제출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며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위기 상황 알고도 "이상 없음"… 부실 점검 드러나
현장 점검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잠실2동은 미제출 사유서에서 "오후 4시35분 이후 투표용지 부족에 따라 동 위원장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고 적시했지만, 정작 점검표는 작성하지 않았다.
잠실4동 역시 위원장 등 4명이 투표가 중단된 제5·6투표소를 직접 방문했음에도 점검 결과에는 단순히 "투표 진행 상황 확인"이라고만 기재했다.
더욱이 투표용지 부족이 감지된 오전 점검에서는 '이상 없음'으로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7동 점검표 "선풍기 설치"만 기록
가장 큰 혼란이 발생했던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기가 직접 현장을 점검했지만 15개 점검 항목 모두 '적정'으로 표시했으며, 시정·조치사항에는 "날씨가 더워 선풍기를 추가 설치했다"는 내용만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민 의원 "투표 관리체계 전면 개편해야"
박수민 의원은 "점검표 16개 항목 어디에도 투표용지 수량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은 선관위의 현장 점검 매뉴얼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준다"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현장에서 점검표 미제출이 속출하고, 투표 중단 시간대에도 '이상 없음'이라고 기록한 읍·면·동위원회의 행태 역시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 투표용지 관리와 현장 점검 체계를 원점에서 재정비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