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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공무원

기사승인 2026.06.12  13: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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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에서 570세대의 아파트에 내가 입주자대표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똑똑하고 야무진 동대표 총무가 유독 나를 따르고 가까이 접근해왔다. 당시 나의 남편은 현직 경찰관이었고 21녀의 자식을 두어 우리 막내아들 결혼 혼담이 오가고 있었다. 나한테 결혼자금이 조금 있는 것을 눈치채고 결혼하면 반드시 돌려주겠다며 부동산에 잠깐 투자하라고 권했다. 평소에 믿는 사람이라 총무의 말을 믿고 남편과 상의도 없이 임의대로 투자했다.

 우리 아파트 주민 몇몇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회장님, 누구누구와 회장님도 투자했다고 하니 믿고 저도 투자를 했는데 괜찮을까요?” 들어보니 모두 합치면 금액이 너무 컸다. 정신이 번쩍 들어 총무가 다닌다는 회사를 자세히 알아봤더니 기획부동산이었다. 아차, 큰일 났구나, 싶어 투자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돈 돌려달라는 소송으로 가자로 합의했다.

 내 남편이 현직 경찰관인데 내가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창피했다. 남편한테 말도 못 하고 혼자 고민하고 며칠을 끙끙 앓았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우리 부부동반 모임에 경찰관 중 현재 S 경찰서 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평소 교과서처럼 생활하시는 분에게 상담했다. 남편보다 훨씬 젊지만, 창피를 무릅쓰고 비밀리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자문했다.

 육하원칙에 의거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일러준다. 초동수사를 잘해야 한다며 전담 수사관도 소개를 해주었다. 피해자 네 명이 법원에 들락거리며 다행히 투자금액 50%는 건졌다.

 우리 남편이 파출소장을 하고 있을 때 그 우 서장은 경찰대학을 갓 졸업하고 스튜어디스와 한창 사귀고 있었다. 그 후 결혼하여 어느새 딸 둘을 낳고 강남에서 서장을 하고 있었다. 빌라 한 칸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공무원이었다. 나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하나 사라고 권했다. 돈이 안 된다고 하기에 지금 사는 집 전세금을 빼고 공무원 대출을 받아 저질러보라 했다. 부부가 똑같았다.  이자 나가는 게 무섭고 두려워 투자를 못 하겠다 한다. 봉급에서 꼬박꼬박 절약하여 적금 넣고 나중에 그 액수에 맞춰 집을 구해야겠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배로 올라버린 강남의 아파트, 누가 뭐라 해도 오직 청렴결백, 정직하고 바르게 착하게만 살아가는 우 서장님, 조금은 융통성도 없고 답답하다고 느꼈다. 예전에 우리 남편과 똑같았다.

 세월이 가고 내 남편은 정년퇴직했다. 우리는 신혼 초에 월세방 한 칸에서부터 시작하여 21녀를 낳았다. 맞벌이 부부였지만 항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셋 다 유치원도 보내지 못했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다 보니 애들이 초등학교를 대여섯 군데로 전학을 다녔다. 큰애 고등학교 졸업하도록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했다. 공무원 봉급으로 셋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느 날 내 머리에 원형탈모가 왔다. 가발도 흔치 않은 때라 울면서 직장에 나갔다. 당시 나도 우 서장처럼 박봉을 쪼개 적금 넣으면서 돈을 모았으나 서울 아파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누가 일러줬다. 공무원이니까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라고.

 나는 용감하게 일을 저질렀다. 봉급의 상당 금액을 이자로 갚아가며 강남에 내 집을 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값이 많이 뛰었다. 대체로 부동산이 10년 주기로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현상을 그때 경험했다.

 우리 딸이 딸 하나를 두고 행정공무원 6급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머니, 어머니는 어떻게 우리 셋을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까?”라며 대단하시다고 한다. 저는 하나 키우기도 힘이 들어 매달 돈이 없어 쩔쩔맨다고 한다..

 동창회에 나가면 친구들은 돈 잘 버는 남편 만나 고급 차에 밍크코트 입고 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난다. 구석에 쪼그라들어 앉아있는 나는 내가 뭐 하러 이 동창회에 나왔는가, 자격지심에 사로잡혀있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친구들아 나는 가난한 공무원 가족이란다. 내가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면 너희들 나한테 욕할 거야. 이게 내 수준이야,’하며 나 스스로 나를 위로하곤 했다.

 TV 화면에 부산경찰청장이 브리핑하고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았다가 괴한의 칼로 목 부위를 공격당해 속목정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산으로 발령받아 떠난 우 청장은 그동안 온통 백발이 되어있었다.

 얼마 후 부부동반 모임에 우 청장 부부가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산 사건 이후 명퇴하였다 한다.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산에서 조그마한 내 집 아파트에서 살고 있단다. 청렴 공무원으로 워낙 소문이 나 있어 우리나라 굴지의 S 물산에서 고급승용차까지 내주며 고문으로 픽업, 모셔갔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뒤끝이라 생각되었다.

 우리 모임에서 몇 년 만에 12일로 부안을 가는데 우 청장은 차가 없는 우리 부부를 배려, 함께 타고 갔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 비가 세차게 내려 앞유리창 밖, 3미터도 안 보였다. 우리는 미안해서 하필 비가 많이 내려서 어쩌지요? 했더니 힘들지 않아요, 자율운전하고 있어요, 한다. 우리 남편을 직장 선배라고 항시 겸손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후배시다, 대한민국 공무원 모두가 이렇게 술·담배도 하지 않고 투기도 안 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대놓고 우 청장님은 모범공무원, 친절공무원, 청렴 공무원이라고 존경한다고 칭찬했다.

 몇십 년 만에야 나는 남편한테 비 오는 차 안에서 고백을 했다. 예전에 내가 기획부동산에 걸려들어 우 청장님 조언을 받았었다고. 그분은 그렇게 비밀도 끝까지 지켜주는 의리 있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내가 어렸을 때 향교에 장의로 출입하시던 우리 할아버지께서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경력을 쌓았어도 그 사람의 품성과 인성이 뒤틀리고 됨됨이가 엉망이면 결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하셨다. 우 청장님은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볼 때 성실하고 건전하고 매우 건강한 엘리트분이라고 생각한다. 우 청장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나라 모범공무원이셨다.

 

김용림 (金容林)

* 2001문예운동으로 소설 등단

* 강남문화원 자문위원

* 강남대모산문학회 고문

* <문학의집·서울> 회원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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