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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2동 주민들, ‘개포동 50년사’로 마을의 역사 기록한다

기사승인 2026.03.19  1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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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술 기록과 자료 조사로 지역 정체성 복원 추진…2027년 발간 목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지난 반세기를 기록하는 주민 주도의 지역사 편찬 사업이 추진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과 재건축 속에서 사라져 가는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 개포동 50년사편찬 작업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편찬작업을 주도하는 개포2동 주민 김재완 씨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개포2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개포동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자를 발간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에 따르면 20261월부터 20276월까지 약 18개월 동안 자료 조사와 구술 기록 수집, 원고 정리와 편집 작업을 거쳐 A4 판형 90~120쪽 분량의 책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발행 부수는 약 1,000부로 지역 주민과 학교, 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급격한 도시 변화 속에서 지역 정체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개포동에서 초··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조차 내 고향은 개포동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민들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과 인구 이동이 반복되는 도시 지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개포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규모 개발과 재건축을 거치며 마을의 모습과 주민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1980년대에는 개포지구 개발과 함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고, 최근에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또 한 번의 도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포주공 5·6·7단지 재건축 사업에 따라 2026년 하반기부터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는 것도 이번 기록 작업을 서두르게 한 중요한 이유다. 해당 단지는 개포2동 주민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주민들이 수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지역에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과 이야기가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개포동 50년사가 단순한 지역 역사 기록을 넘어, 이주를 앞둔 주민들에게 고향의 기억을 담은 기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 이후 다시 돌아올 주민들에게도 과거의 마을과 공동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의 핵심은 주민 구술 기록 작업이다. 편찬 준비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약 30명에서 최대 50명까지 인터뷰를 진행해 개포동의 생활사와 지역 변화를 기록할 계획이다. 특히 1970년대 이전부터 개포동에 거주해 온 주민과 개포주공아파트 초기 입주자, 지역 사회단체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진행된다.

 구술 기록은 녹취와 전사, 편집, 검증 과정을 거쳐 책에 반영된다. 주민들의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이 모이면 공식 기록에서는 찾기 어려운 지역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추진위원들의 설명이다.

 조사 대상에는 과거 개포동의 원주민과 초기 아파트 입주민도 포함된다. 주민들은 특히 조선 후기부터 이 지역에 정착했던 것으로 알려진 석씨 집성촌 후손을 찾는 작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개포동에서 활동해 온 지역 단체장과 주민 대표, 종교단체 봉사 활동가 등 현재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록될 예정이다.

 자료 조사 역시 중요한 작업이다. 편찬위원회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보유한 행정 기록과 항공사진, 개발 관련 자료를 조사하는 한편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가족사진과 행사 사진 등 개인 자료도 수집할 계획이다. 주민들에게 자료 기증을 요청해 마을의 변화 모습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개포동 주민들의 생활과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추진된다. 예산 확보가 이루어질 경우 약 200명을 대상으로 거주 기간, 지역 인식, 직업, 가족 구성 등 다양한 항목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포동 공동체의 현재 모습을 기록하는 자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개포동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특성도 이번 책의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개포동은 구룡산과 대모산 사이에 자리한 배산임수 지형으로 양재천이 마을 앞을 흐르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배나무 밭과 논밭이 많았던 농촌 마을이었으며, 장마철에는 하천 범람으로 개흙이 많이 쌓여 개포(開浦)’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는 석씨 집성촌이 형성돼 농업 중심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으나,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농촌 마을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규모 주거단지로 변모했다. 특히 1975년 강남구청 개청과 함께 개포동이 행정동으로 설치되면서 현재의 도시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아파트 개발과 2020년대 재건축을 거치며 개포동은 두 차례의 큰 도시 변화를 경험했다. 주민들은 이러한 변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중요한 의미라고 보고 있다.

 편찬위원회는 지역 기관과의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립 개포도서관이 2025년 발간한 구술 자료집 개포동, 어제와 오늘을 잇다에 참여했던 주민들과 협력해 구술 기록 방법과 경험을 공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산하에 편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개포동 50년사 편찬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참여 인원은 10명에서 20명 규모로 예상되며 자료 조사팀, 구술 기록팀, 사업 지원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작업을 진행한다.

 예산은 약 700만 원 규모로 예상된다. 자료 조사비 100만 원, 책자 편집 제작비 300만 원, 설문조사 비용 200만 원, 기타 운영비 100만 원 등이다. 주민들은 후원금 모금과 지역 상가 광고 협찬 등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편찬위원회 관계자는 개포동은 지난 50년 동안 두 번의 큰 재건축을 거치며 주민 구성과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이 공간에서 누가 살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록하는 작업은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남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포동을 떠나는 주민들과 앞으로 이곳에 살아갈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고향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주민들의 기억과 자료가 모이면 개포동을 설명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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