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달 그림자 가슴에 내려앉으며
숨소리도 숨는다
어른들 집을 비우던 날
동네 아이들 삼삼오오
식혜 속 둥둥 떠다니는 밥알처럼
방안에 모여 10년의 겹친 세월을 풀어놓고
풋풋한 설렘으로
까치꽃⃰처럼 피어난다
홍단이 청단의 팔뚝을 때리고
청단이 홍단의 손목에 남긴 손가락 줄무늬
서리한 수탉이 퍼드덕거리고
구수한 내음 방안 가득 넘실거리면
시침 분침들 괘종시계를 쳐
방문 앞 고무신들이 혼비백산했던 곳
먼 기억의 주머니를 열어
푸른 피톨들이
꺼내 본 만화경 속에서 쿵쿵거린다
강산이 몇 번이나 지난 뒤, 친구의 해후에도
궁창의 심장 박동 소리
여전히 귓전을 울린다
⃰까치꽃 : 은어로, ‘색동저고리’를 이르는 말.
![]() |
조병훈
대한민국 남농미술대전 초대작가(2017)
무등미술대전 추천작가(2019)
전라남도 미술대회 초대작가(2022)
시집 <바람 한점과 숲 땅>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