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아침이면 거리와 건물 곳곳에 태극기가 걸린다. 바람에 천천히 펄럭이는 태극기는 해마다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그 깃발 아래 우리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광복은 빛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았다.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후 8월 15일은 국권회복과 정부수립을 기념하는 ‘광복절’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광복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었다. 그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내어놓았다. 누군가는 감옥에서, 누군가는 낯선 타국에서 나라를 되찾을 날을 기다렸다. 거리에서 만세를 외친 이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독립운동을 뒷받침한 이들, 끝내 광복의 날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켜낸 뜻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결심은 또 다른 사람의 용기가 되었고, 꺾이지 않은 마음들은 세대를 건너 마침내 광복이라는 빛에 닿았다. 우리가 매년 8월 15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날의 환희뿐 아니라, 그날을 위해 견뎌야 했던 수많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그들이 간절히 바라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원하는 것을 배우며, 각자의 꿈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곳곳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은 이들의 시간이 조용히 스며 있다.
광복절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의 슬픔에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다. 되찾은 나라를 어떤 모습으로 이어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태극기를 달고,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삶을 한 번 더 기억하는 작은 실천으로 다음 세대에 조금 더 평화로운 나라를 건네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어갈 수 있는 독립정신일 것이다.
오는 8월 15일, 펄럭이는 태극기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한 번쯤 마음에 새겨 보았으면 한다.
그들이 되찾은 빛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오늘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이제 그 빛을 오래 지켜가는 일은, 남겨진 우리의 몫이다.
2026. 8. 11.
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정이령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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