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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환 작가, 『그리스 인문 기행 3』 출간

기사승인 2026.09.01  06: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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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포이부터 아테네·메테오라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삶의 질문을 찾다

   
 

인문학 칼럼니스트 남기환의 『그리스 인문 기행』 시리즈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리스 인문 기행 3』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철학과 문학이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폴리스에서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삶과 연결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적 그 자체가 아니다. 신탁을 믿었던 사람들, 자유를 위해 전쟁터에 나선 시민들, 민주정을 만들고 또 그 안에서 갈등했던 아테네인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인 소크라테스, 폴리스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꿈꿨던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자유, 책임의 의미를 되짚는다.

여정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델포이에서 시작된다. 아폴론 신전과 아테네인의 보물창고, 세계의 배꼽을 의미하는 옴파로스, 청동 뱀의 기둥 등을 따라가며 신탁과 운명, 인간과 신의 관계를 살펴본다. 미래를 알기 위해 신에게 답을 구했던 고대인의 모습에서 저자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고민하는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델포이에서 운명을 신에게 물었다면 마라톤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 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선 아테네 시민들과 전사자들의 고분, 승전을 기념하는 흔적을 돌아보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대가를 치른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과 희생을 조명한다.

책의 중심 무대는 아테네다. 저자는 모나스티라키 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과 하드리아누스의 문, 아카데미아와 아레오파고스, 프닉스 언덕과 아고라를 지나 아크로폴리스까지 직접 걸으며 도시의 공간과 고전 문헌을 겹쳐 읽는다.

이 과정에서 민주정의 영광뿐 아니라 그 내부의 갈등과 균열, 자유와 법의 충돌, 다수의 판단이 언제나 정의로운가라는 문제도 함께 살핀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길을 따라가며 자유로운 사유와 개인의 신념, 민주정이 비판적 목소리를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아테네를 떠난 여정은 테베와 테살로니키로 이어진다. 크세노폰의 『헬레니카』에 기록된 역사를 바탕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이후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했던 테베의 흥망을 살펴보고, 테살로니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폴리스 중심의 그리스 세계가 더 넓은 세계와 만나는 과정을 추적한다.

마지막 목적지는 거대한 바위 절벽 위에 수도원이 자리한 메테오라다. 신탁에서 시작해 전쟁터와 민주정의 광장, 철학자의 죽음과 제국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지나온 여정은 메테오라의 고요함 속에서 인간의 유한한 삶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스 인문 기행 3』은 여행 안내서나 고대 그리스사를 단순히 정리한 역사책과는 거리가 있다. 저자는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크세노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의 기록을 들고 실제 그리스의 도시와 유적을 걸으며 문헌과 현장, 역사와 현재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저자에게 그리스의 오래된 돌과 폐허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델포이에서는 신의 뜻과 인간의 불안을, 마라톤에서는 자유를 위한 희생을, 아테네에서는 민주정의 이상과 한계를, 테베에서는 권력의 흥망을,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확장 욕망을, 메테오라에서는 유한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그리스 인문 기행』은 1권에서 펠로폰네소스의 신화와 역사를, 2권에서 그리스의 섬과 바다에 남은 신화의 기억을 다뤘다. 세 번째 책에서는 그리스 문명과 사상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길을 따라가며 고대의 이야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문제로 끌어온다.

결국 세 권에 걸친 여정이 던지는 질문은 ‘인간은 어떻게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자유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로 모인다. 저자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에게 고전을 들고 함께 길을 걸으며 스스로 답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2,500년의 시간을 건너온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철학과 민주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갖는 이유를 보여주는 책이다.

강남신문 kangnam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강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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